7월 23일
블로그에 토막 문장을 올리는 일은 그리 쉬운게 아니다. 꾸준히 게시글을 올려야 하는데, 일단 무언가를 쉼없이 한다는 일 자체가 인생에서 실현시키기 어려운게 아닐까?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일기나 아이디어는 모조리 노트에 옮긴다. 이 버릇 때문인지, 온라인에 글을 올리거나 낙서를 올리는건 영 어색하다. 종이 위에 있는 내 글이 진짜 내가 손에 꼭 쥔 내 자신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최근에 작업실을 마련하면서 집에 있는 책들도 함께 정리하며 옮기는 중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은 이미 챙긴지 오래지만, 읽다 말았던 서적들도 정리해서 작업실에 놔 둘 생각이다. 예를 들어 로아나. 로아나는 아마도 고등학생이었을 때 구입을 했던것으로 기억한다. 움베르토 에코의 책들은 장미의 이름 빼곤 번번히 실패중이었고, 줄 이은 독서 실패는 그 당시 지적 허영심에 지배되던 정신에 깊은 상처를 내는 중이었다. 그 중에서도 푸코의 진자는 절망 그 자체였다. 상권의 절반의 절반도 제대로 읽지 못했으니까.(그 당시 나는 똑똑한 아이 컴플렉스에 제대로 걸려있었으니 알만하지 않은가.) 에코가 쓴 수십권의 책 중 로아나는, 장미의 이름만큼이나 수월하게 읽혔고 그렇기에 전부 다 읽을 수 있을거라 자신했지만... 상권 중반부에 주인공이 불륜하는 장면이 시작되었고, 나는 그 길로 표지를 덮고 책장 구석에 처박아놨다. 작가 자신으로 표현되던 주인공이(내 상상일 수도 있지만) 불륜의 주인공이 되었다는걸 견딜 수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지성인의 성적 이탈은 고등학생인 내게 별로 유쾌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지식의 고결함이 사람에겐 쉽게 적용되지 않다는 걸 알고있지만, 지적 허영심에 부풀었던 당시엔 그랬다. 그러니까, 이미지의 허상에서 제대로 벗어난 지금은 다시 읽을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책은 더 이상 나의 신은 아니니.